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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2015-11-16 18:40
영화 <해리 포터>에 등장하는 마법학교 호그와트는 현실 속에도 있었다. 하늘을 찌를 듯 웅장한 고딕풍의 건축양식, 외벽의 정교한 부조들, 스테인드글라스가 화려하게 장식된 높고 큰 창문 그리고 건물 천장에 매달려 있는 커다란 촛대와 샹들리에. 어디선가 후드를 뒤집어쓴 마법사가 나타날 것만 같은 이곳은 바로 영국의 명문 케임브리지대학이다.

1209년에 설립된 케임브리지대학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다. 총 31개의 칼리지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트리니티 칼리지다. 설립자가 특유의 늠름한 위용을 과시하며 문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이곳만의 특색이다. 바로, 영국의 종교개혁을 이루어낸 국왕 헨리 8세다.

그러나 19세기 케임브리지 학생들은 그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듯하다. 헨리 8세의 동상에서 국왕을 상징하는 홀(scepter)을 빼앗아버린 것이다. 홀은 긴 봉의 끝에 커다란 보석이 박혀 있는 형태로, 국왕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라 할 수 있다. 이 홀을 빼버린 학생들은 헨리 8세에게 어울릴 만한 ‘어떤 것’을 대신 쥐여주었다. 걸상다리다.

학생들은 대체 왜 이런 행각을 벌였을까? 헨리 8세에 대한 매서운 인식 때문이었다. 헨리 8세는 1530년대 종교개혁을 이루어내고 영국의 국교회인 성공회를 정착시켰지만, 사생활은 꽤나 문란했다. 결혼과 이혼을 거듭하면서 무려 6명의 왕비를 갈아치웠다. 영국의 종교개혁은 국왕의 이혼 과정에서 교황과 갈등을 겪으며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종의 해프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이 장난을 가장하여 헨리 8세 동상의 손에 걸상다리를 쥐여놓은 것은 역사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에 대한 조소였다.

한편, 다음날 아침의 상황은 어땠을까? 동상을 본 학생들은 배꼽이 빠져라 웃었을 것이며, 이를 주도한 학생은 영웅이 되었을 것이다. 학교 쪽에서는 주모자를 찾아 징계를 내리는 데 혈안이 되었을까? 이 또한 역사의 한 장면이라 동상을 그대로 놓아두기로 결정했다. 대학 쪽이 그대로 둔 것은 걸상다리가 아니라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였다. 그 뒤 헨리 8세의 동상은 계속해서 걸상다리를 들고 있게 되었고, 오늘날 트리니티 칼리지의 상징물이 되었다.

역사란 무수히 많은 사람이 오늘을 살아간 이야기다. 그렇기에 모든 역사적 장면들은 다채로울 수밖에 없다. 그들의 이야기가 모이고 모여 역사의 한 장면을 이루게 하자. 그때 비로소 그들은 역사 속에 별이 되어 박힐 것이다.

신혜선 대구 북구 대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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