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 입력 2016.01.06. 15:22 | 수정 2016.01.06. 15:22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변지철 기자 = 행정자치부의 제주 4·3 희생자 재조사 요구에 대해 4·3 관련 단체와 지역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제주4·3연구소는 6일 성명을 내어 "사실조사는 사실상의 사상검증이며 국가에서 결정한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인권침해를 저지르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대법원도 희생자 결정에 대한 문제제기를 모두 각하시키는 등 희생자 결정과 관련해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점을 판결했다"며 "제주4·3특별법상 희생자로 결정되면 재심의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폭력의 희생자들을 다시 조사해서 문제가 있으니 위패를 내리고 희생자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면 이는 희생자는 물론 그 유족들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게 아니고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또 "이번 사실 조사가 총리실 산하 제주4·3중앙위원회의 재심의로 이어지고 또 다른 희생자에 대해 재조사를 하는 과정으로 이어지면 4·3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4·3희생자 유족회 정문현 회장도 "10년 전에 희생자 결정이 이뤄졌는데, 이제서야 이런 조사를 하겠다는 것은 제주4·3 진상조사와 유족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라며 "만약 희생자에 대한 조사 단계 이상의 심의로 이어지면 화해와 상생이라는 제주4·3 정신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도 이날 성명을 내고 "행자부의 4·3 희생자 재조사 요구는 4·3의 진실을 부정하는 세력에 정부가 동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당은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을 토대로 이뤄진 희생자 결정을 무효라고 주장하는 일부 보수단체들의 소송이 모두 법원에서 패소한 상황에서 행자부가 나서 사실조사를 요구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제주 4·3을 이념논란으로 몰고 가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행자부의 재조사 요구는 희생자 재심사를 위한 수순 밟기"라며 "원희룡 제주지사는 행자부의 요구를 당당히 거부해 제주 4·3을 지키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우남 더불어 민주당 국회의원(제주시 을)도 이날 성명에서 재심사 요구는 "유족을 비롯한 제주사회의 민의를 짓밟는 오만이자 제주도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규탄했다.


또 "법적 근거도 없이 희생자 재심사의 물꼬를 틈으로써 지긋지긋한 4·3 흔들기를 이어가고자 하는 대결과 분열의 정치"라고 규정했다.

한편 행자부는 '4·3사건 당시 남로당과 무장대의 수괴급 희생자 등 53명을 재조사해달라'는 제주4·3정립연구유족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해 12월 23일 공문을 통해 사실 조사할 것을 제주도에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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