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5-06-21 18:44


경찰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4·16연대) 사무실과 박래군·김혜진 운영위원의 차량, 사무실 등에 대해 19일 압수수색을 벌였다. 혐의에 견줘 과도한 압수수색이라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공안통이라는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가 임명된 다음날 벌어진 일이니 시기도 공교롭다.


이번 압수수색이 경찰 주장대로 세월호 관련 집회의 불법성과 과격성의 증거를 찾아내려는 것인지부터 의문이다. 4, 5월 열린 세월호 관련 집회에 굳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일반교통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하자면 당시 현장에서 경찰이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 발언 자료로 충분할 것이다. 경찰은 세월호 참사 초기부터 유족들과 시민사회단체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감시해온 터다. 사무실이나 차량,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한다고 해서 집회의 불법·과격성을 드러낼 증거를 더 찾을 순 없을 것이다.


설령 세월호 집회에서 참가자들의 항의와 저항이 과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경찰의 선행적 폭력과 불법에 대한 자연적인 반응이라고 봐야 한다. 경찰은 집회 당시 경찰차량으로 차벽을 만들어 사람들의 통행을 전면적으로 가로막았으며 인체에 해로운 캡사이신 물대포를 난사했다. 위헌적인 집회 방해 행위다. 경찰의 앞선 잘못은 그대로 둔 채 일부 집회 참가자들의 과잉행동만 문제삼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거니와, 경찰 폭력에 대한 참가자들의 순간적 반응을 사전에 예비했다거나 조직적으로 준비했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더 억지스럽다.


그럼에도 공안당국이 압수수색을 강행한 데는 4·16연대가 주축이 된 진상규명 활동을 위축시키고 ‘과격시위의 배후가 있다’는 식으로 상황을 몰아가려는 공안적 발상이 깔려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 실제로 경찰은 압수수색에서 4·16연대의 조직도나 회계자료, 통장사본 등을 찾으려 했다. 지난달 세월호 집회 일반 참가자들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받았을 때도 ‘배후조직’을 언급했다. 금방이라도 세월호에 음모, 지시, 자금지원, 배후 따위 공안의 낡은 틀을 들이댈 듯한 기세다.


이래서는 안 된다. 유족과 시민단체의 진상규명 요구를 틀어막고, 세월호 진상 규명을 되레 가로막는 특별법 시행령을 고집하고, 유족들과 시민단체에 음모와 배후의 그림자를 덧씌워 국민으로부터 고립시키려 한다고 해서 정부의 잘못이 영영 잊히고 가려질 수는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공안탄압을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