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6.02.24. 06:37 | 수정 2016.02.24. 06:57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야당이 24일 테러방지법의 국회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47년만에 벌인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이틀째 이어가고 있다.

전날 오후 7시7분쯤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첫 주자로 나서 5시간30분을 넘기는 기록적인 발언으로 시작된 필리버스터는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과 은수미 더민주 의원이 차례로 바통을 이어받으며 11시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카드에 필리버스터로 맞대응한 야당은 당분간 '밤샘' 필리버스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소속 의원 108명 전원이 나서 다음달 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수도 있다는 입장이라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사실상 19대 국회 마지막인 2월 임시국회 역시 '빈손'으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필리버스터는 소수파가 다수파의 독주를 막거나 의사진행을 고의로 방해하는 행위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벌어지는 합법적 거부권 행사다. 이를 멈추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 새누리당 의석수(157석)로는 불가능하다.

지난 23일 야당에서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총 5시간35분간 발언했다. 이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5시간19분의 필리버스터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김 의원은 "테러방지법에 대한 우려는 결국 안보라는 이유로 국민의 기본권이나 최소한의 권리들이 침해받지 않겠느냐는 염려와 걱정"이라며 "안보를 합리적이고 이성에 입각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에게 필리버스터 바통을 넘겨받은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은 약 1시간50분간 발언을 이어 갔고 문 의원 다음으로 연단에 선 은수미 더민주 의원은 오전 6시30분 현재 약 4시간 동안 테러방지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야당 의원들은 조용히 본회의장을 지켰고 일부 의원들은 책을 읽었다. 또 필리버스터에 나서는 의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상임위별로 본회의장을 지키기로 해 3시간 간격으로 의원들을 배치했다.

필리버스터 시작 당시 50명에 육박하던 의원수는 오전 4시가 넘어가자 20명 아래로 떨어졌다.

필리버스터에 강력히 반발한 여당은 시작부터 참석률이 저조했다. 자정에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원내부대표단을 중심으로 대기조를 편성한 새누리당은 2시간 간격으로 1~3명의 의원이 본회의장 자리를 지켰다.

앞으로 정의당 박원석, 더민주 유승희·최민희·강기정 의원 등의 필리버스터가 예고된 가운데 여야는 본회의장 바깥에서 여전히 공방을 이어갔다.

이춘석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23일) 밤 기자간담회를 열고 필리버스터를 2월 임시국회의 회기가 끝나는 다음달 10일까지 이어갈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에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같은날 기자회견에서 "19대 국회에서 더민주가 처음으로 행하는 필리버스터는 국민의 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입법을 방해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며 "더민주가 과연 대한민국 제1야당인지 개탄스럽고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또한 야당의 필리버스터에 대해 "국회 선진화법이 얼마나 잘못된 법인가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민주는 독소조항에 대한 수정안을 새누리당이 받아들이면 테러방지법 처리를 수용할 수 있다는 태도를 비쳤지만 입장차를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어렵게 합의한 선거구획정마저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앞서 국회는 '선거구 무법 사태' 발생 54일만인 지난 23일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안을 기초로 하는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기준에 합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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