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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6-02-01 20:40수정 :2016-02-01 20:58

 

 독일 기자 힌츠페터. '한겨레' 자료사진
독일 기자 힌츠페터. '한겨레' 자료사진

가신이의 발자취
독일 기자 힌츠페터 별세

‘광주민중항쟁’의 진상을 전세계에 가장 먼저 알린 ‘푸른 눈의 목격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지난 25일(현지시각) 독일에서 별세한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79.

고인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는 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오랫동안 질병을 앓고 있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지냈는데 갑작스런 통증으로 응급실에 간 직후 돌아가셔서 너무 놀랐다”고 남편의 별세를 확인했다. 특히 그는 “(2003년) 남편이 죽으면 광주에 묻히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현실적으로 한국에 묻히는 건 힘들다. 다만, 상징적으로 손톱과 머리카락, 유품 일부를 봉투에 담아 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80년 항쟁 기록한 ‘푸른 눈의 목격자’…2003년 ‘송건호언론상’ 수상
부인 “남편 유언대로 손톱·머리카락 등 한국에 보내겠다”고 밝혀


“남편은 열정적인 카메라맨이었다. 위험한 곳을 많이 취재했지만 죽지 않아서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광주’ 때도 헬리콥터에 매달려 찍기도 했다. 그의 마음은 늘 광주에 있었다. 언제든 다시 가고 싶어했다. 그래서 나 역시 한국과 광주를 사랑하게 됐다.” 고인과 함께 여러 차례 한국을 다녀갔던 부인은 “기회가 되면 광주를 방문하고 싶다”고 현지 지인을 통해 이날 한겨레에 전하기도 했다.

1980년 5월 독일 <제1공영방송>(북독일 아에르데 티브이·ARD TV) 소속 카메라기자로 일본 특파원이었던 고인은 5월18~19일 광주로 들어가 계엄군에 의한 참상 현장을 기록한 뒤 이튿날 도쿄로 돌아가 이 영상을 독일 본사로 보냈다. 광주의 비극이 전세계로 알려진 것이다. 5월23일 다시 광주를 찾은 그는 계엄군이 물러난 뒤 시민군 주도로 자치공동체를 이룬 ‘해방 광주’의 모습도 찍어 알렸다. 그해 9월 전두환 대통령 취임에 이어 김대중에 대한 사형이 선고되자 다큐멘터리 <기로에 선 한국>도 제작했다. 45분짜리 이 다큐는 80년대 중반 <광주민중항쟁의 진실>이란 제목으로 전국의 성당과 대학가 등에서 비밀리에 상영됐고 87년 6월항쟁의 기폭제 구실을 했다. 이 영상은 2003년 5·18 특집으로 <한국방송> ‘일요스페셜’에 공개되면서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고인이 광주항쟁 초기 생생한 장면을 빨리 포착할 수 있었던 것은 계엄당국의 통제를 피해 현장으로 달려간 ‘기자 정신’ 덕분이었다. 당시 외신기자가 국내 취재를 하려면 해외공보원(KOIS·해외문화홍보원)에서 프레스카드를 발급받아야 했으나 그는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현장을 찾았다.

이런 공로로 그는 2003년 11월 ‘제2회 송건호언론상’을 받았다. 심사위원회는 ‘죽음의 공포를 무릅쓴 치열한 기자정신으로 한국인의 양심을 깨워 민주화를 앞당겼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오로지 내 눈으로 진실을 보고 전하려는 생각뿐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취재 비사를 이렇게 회상했다. “모두 10개의 광주 필름을 쿠키 깡통처럼 포장해 함부르크 뉴스센터로 보냈다. 현상된 필름의 마지막 1㎝까지도 버리지 않으려 애썼다.” 그는 86년 11월 광화문 사거리 시위 취재 때 사복경찰에게 맞아 중상을 입었고, 내내 그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특히 그는 2004년 심장마비로 쓰러져 생사의 경계에 놓였을 때 “광주 망월동 묘지에 묻히고 싶다. 그게 어렵다면 위패로라도 남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95년 은퇴해 독일 북부의 휴양도시 라체부르크에서 살고 있던 그는 다행히 건강을 회복해 2005년 5·18 25주기 때 광주를 방문했다. 당시 “가족과 주위의 반대가 심해 광주 안장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힌 그는 자신의 머리카락과 손톱을 들고 와 5·18기념재단 쪽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뜻에 따라 광주시 등 관련 기관에서는 그에게 명예시민증 부여와 망월동 안장이 가능하도록 조례 개정 등을 추진했다.

앞서 97년 5월 기자협회 등의 초청을 받아 ‘광주를 알린 외신기자’ 토론회에 참석했던 고인은 “5·18 민중항쟁은 광주에서만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독재에 저항하는 인류 보편의 가치이자 세계적으로 중요한 민주주의의 상징”이라며 “수많은 이들의 피를 바탕으로 한국의 민주화가 이뤄졌음을 절대로 잊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고인은 의대를 다니다 기자로 진로를 바꿔 63년 독일 제1공영방송 함부르크 지국의 티브이 방송 카메라맨으로 입사했다. 67년 초 홍콩의 동아시아 지부로 발령받아 베트남 전쟁을 취재하던 그는 69년 사이공(현 호찌민)에서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73년 도쿄 지국으로 옮겨 89년까지 특파원으로 뛰었다.

“분단을 겪은 독일 사람으로서, 언론인으로서 남북한 통일의 모습을 꼭 보고 싶다”고 했던 그는 마지막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49)4541-7502.

김경애 최우성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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