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발트광산 역사체험관 조성, 예산부족으로 요원해

경산지역구 최경환 의원 "필요 시 다른 방안 마련해야…"

아직도 3000여 명 시신이 발굴되지 못한 채 원혼이 서린 경산 민간인 학살사건 현장, 코발트광산 입구 철문이 굳게 닫혀져 있다. © News1



(경북 경산=뉴스1) 이문현 기자= 한국전쟁 도중 3500여명 민간인들이 좌익세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명분으로 국군과 경찰로부터 학살을 당했던 경북 경산시 평산동 코발트광산.


경산코발트광산유족회는 아직도 발굴되지 못한 채 묻혀있는 유골들을 수습하고 이를 안장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예산부족, 관련법 미비 등을 이유로 유해 발굴·수습 작업을 미루며 손을 놓고 있다.


게다가 이미 발굴된 유골 80여구조차 광산 인근의 컨테이너 박스 2동에 방치돼 훼손 우려마저 낳고 있다.


또 진실화해위원회가 발굴한 420여구는 충북대학교에 임시로 보관돼 있는 실정이다.


유족회는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행정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5년 국회가 제정한 '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을 기반으로 '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를 구성하고 문제 해결에 나섰다.


이에 따라 2007년부터 3차례에 걸쳐 경산 코발트광산에 묻혀있는 420여구 유골들을 발굴해 충북대학교 유골보관소에 보관해 오고 있다.


이어 2009년 11월에는 코발트광산의 학살이 '국군과 경찰에 의한 학살'이 맞다고 규명했다.


앞서 유족들은 독자적인 발굴작업을 통해 80여구의 유골들을 발굴했고 이는 국가 지원이 없어 현재 컨테이너 박스에 보관돼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유족들에 대한 보상은 커녕 관련법 부재를 이유로 나머지 유골들을 발굴하거나 안치하려는 성의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산이 지역구인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3선)은 "코발트광산 문제는 상당히 복잡한 사안"이라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내린 진실규명과 그에 따른 안전행정부의 후속작업을 보고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다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 의원은 유골 발굴에 대한 특별법 제정과 발굴에 필요한 예산배정에 대해서는 정확한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진실화해위원회가 '민간인 학살'이라고 규명한 지 3년이 넘도록 '위원회의 결론과 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는 최 의원의 입장에 대해 유족들은 "늑장대응이 아니냐"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산코발트광산유족회 한 관계자는 "코발트광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경환 의원과 만나서 이야기하면 해결해 준다고는 하지만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는 없어 보인다"며 "코발트광산은 지역에서 대표적인 현안인데도 지역출신 국회의원이 나몰라라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크게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경환 의원의 태도에) 유족들은 옛날부터 불만이 있었다"며 "언론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안전행정부의 과거사관련 업무지원단도 추가적인 유해발굴, 예산지원 등의 경우 법 제정 없이는 추진될 수 없고 관련 업무수행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유족들은 코발트광산 일대를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주제로 하는 역사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경산시와 의견을 조율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예산 때문에 그 계획도 번번히 무산됐다.


지난해 경산시는 유가족들의 주장대로 당시 학살의 기록들과 증거들을 공개할 수 있는 전시관과 코발트광산 내 체험공간을 만드는 '경산 코발트광산 역사체험 관광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13년도 광역특별회계로 예산 150억원을 신청했다.


그러나 같은해 7월 경산시는 채산성 부족을 이유로 이를 취소했고 7억9000만원의 도비 사업예산만을 코발트광산에 배정했다.


이에 대해 경산시 관계자는 "우리도 유족들이 이 사업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150억원 예산을 신청했지만 채산성이 부족해 취소했다"며 "우선 도비 7억90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이후 다시 국비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족회 측은 "지난해 배정받은 예산으로는 광산에 대한 안전검사를 시행하고 광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정비하는 데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는 광산 인근에 매년 찾아오는 유족들이 제사라도 지을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작은 기념관이라도 하나 세우고 싶다"며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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