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8.19 10:05수정 : 2014.08.19 11:36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에 앞서 카퍼레이드 도중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김영오씨를 만나 편지를 건네받고 있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제공

“추모 리본을 어떻게 반나절만에…” 누리꾼 거센 비판
교황 “인간적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방한 내내 달아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


한국 방문을 마친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귀국편 기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교황은 “(세월호 추모) 리본을 유족에게서 받아 달았는데 반나절쯤 지나자 어떤 사람이 내게 와서 ‘중립을 지켜야 하니 그것을 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고 소개하며 이에 대해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내내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고,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달았다. 이날 귀국 길 기자회견에도 교황은 세월호 리본을 왼쪽 가슴에 그대로 달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노란 리본’을 달고 미사를 집전했다. 한겨레DB

교황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간적인 고통 앞에 서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게 된다”면서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정치적인 이유로 그렇게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 희생자의 아버지, 어머니, 형제, 자매를 생각하면 그 고통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라면서 “내 위로의 말이 죽은 이들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없지만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면서 우리는 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이 끝까지 노란리본을 떼지 않은 이유를 담은 기사는 트위터에서 빠르게 퍼지면서 열렬한 반응을 낳고 있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뜻으로 노란리본을 다는 것을 정치적·이념적인 행위로 풀이되는 현 상황에 대한 자조 섞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트위터 이용자 @go******는 “노란리본과 중립이 무슨 상관인지..에효~~ 더러븐 세상”이라고 씁쓸해했다. @fa*********는 “세월호참사를 추모하는걸 어떻게 중립을 지키는 문제와 연결시키지. 뇌가 썩었나”고 지적했다.


교황에게 ‘중립을 지켜야 하니 그것을 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한 이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ah*******는 “세월호 추모 리본을 떼는 것이 어떠냐”고 말한 사람이 누군지는 꼭 밝혀내야 한다. 참사에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것이 정치적 문제인가? 이념의 문제인가?”라고 썼다. @so*****의 글도 비슷했다.“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수 없었다는 교황의 말보다 유족이 달아준 노란리본을 보고 반나절도 되지 않아 중립을 지켜야 하니 떼는게 좋겠다고 얘기한 사람이 있었다는게 웃기지 않나? 돈과 권력을 가진자들로 부터 내동댕이 쳐진 사람들인데. 중립?” @18******는 “정치 중립을 지키기 위해 세월호 추모 리본을 그만 달아야 한다는 요구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답변. 이제 분명해졌습니다. 세월호를 정치에 이용하는 자가 누구입니까?”라고 되물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