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1.27 20:14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대규모 유대인 학살이 자행됐던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70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26일 베를린에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나치의 만행을 기억해야 하는 것은 독일인의 영원한 책임”이라고 말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기념 연설
독일인 62%, 유대인에 부정적 인식
유럽 정상들, 수용소 기념식 참석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나치의 만행을 기억해야 하는 것은 독일인의 영원한 책임”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대규모 유대인 학살이 자행됐던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70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26일 베를린에 한 기념 연설에서 “독일은 수백만명의 희생자에 대한 책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60여개국의 외교관과 홀로코스트 생존자 등이 참석했다.


2차대전 당시 독일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만 110만여명을 학살했는데, 이 가운데 100만여명이 유대인이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1945년 1월27일 소련의 붉은군대에 의해 해방됐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우리 모두는 종교 또는 인종에 관계없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며 “자유와 민주주의, 법치는 항상 각성과 헌신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10만여명의 유대인이 독일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유대인이라는 점을 드러내거나 이스라엘을 편든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거나 위협을 받고 공격당하는 것은 독일로서는 불명예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이날 메르켈 총리의 연설 외에도 정치권 전체가 아우슈비츠 해방 70주년을 기념했다. 연방의회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다수당인 기독교민주당(CDU)의 페터 타우버 사무국장은 “우리는 나치의 만행과 독재를 기억해야 하고 특히 젊은이들이 그래야 한다”며 “젊은이들을 깨우쳐 인종주의와 전체주의의 싹이 보일 때부터 그것을 알아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 등으로 독일에서 유대인과 이스라엘에 대한 인식은 더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베텔스만 재단이 독일인 1000명과 이스라엘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독일인의 62%가 이스라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더욱이 독일인의 35%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이 나치 독일이 유대인한테 한 짓과 똑같다’고 대답했다. 이는 2007년의 30%에서 5%포인트 오른 것이다.


27일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열린 해방 70주년 기념행사에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요하임 가우크 독일 대통령, 필립 벨기에 국왕 등 유럽 각국 정상들은 참석했다. 정작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해방시켰던 소련을 이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초청을 받지 못해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 때문이다.


독일과 달리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이 저지른 학살과 만행에 대한 책임과 반성을 회피해온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19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홀로코스트 추모관을 찾아서 헌화하기도 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