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7.17 21:31수정 : 2014.07.17 22:24

장관님 이쪽 좀 봐주세요 정종섭 새 안전행정부 장관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헌절 경축식에 참석하려고 국회의사당 들머리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팻말시위를 벌이고 있는 세월호 가족 앞을 지나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법률 전문가가 본 ‘세월호조사위 수사권 부여 논란’
“특검도 변호사에 검사 자격
세월호 조사에서도
민간위원에 수사권 줄수 있어”

“국가 전체의 중대한 문제
별도의 형사절차 마련할수도”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에 수사·기소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두고 유족과 정치권, 여당과 야당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수사권을 부여하면 사법체계를 훼손한다”고 주장하지만,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해도 헌법·법률을 거스르는 것은 아니라는 반박이 나온다.

■ 수사권 주면 안 되나? ‘세월호특별법’ 입법 태스크포스의 새누리당 간사인 홍일표 의원은 1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수사하다 보면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체포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의 자격 요건을 법으로 엄격히 정한다. 그런데 민간 조사위원에게 검사의 지위를 달라고 하는 것은 법체계를 흔드는 것으로, 법에서 허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여당이 진상조사위에 대한 수사·기소권 부여를 반대하는 명분은 ‘사법체계 훼손’이다.

하지만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간 위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면 안 된다는 건 헌법 원칙이 아니다. 전례가 없었다는 것일 뿐 법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 특별검사 제도도 법률로써 변호사에게 검사 자격을 부여하는 만큼, 세월호특별법에도 실질적으로 검사의 지위를 갖는 사람이 독립적인 수사를 하도록 보장하면 된다”고 했다.

서울 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입법자는 특별법을 통해 별도의 형사 절차를 마련할 권한이 있다. 형사소송법 위반이란 주장은 말이 안 된다. ‘이 사건만 특별한 형사 절차를 둬도 되느냐’며 형평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겠지만, 세월호 참사가 전국가적 문제라는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이 문제를 특별히 처리하는 건 정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위원회에 수사권을 주더라도 영장 심사 등을 통해 어차피 법관의 통제를 받는 만큼 법체계 훼손이란 주장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피의자 인권침해 우려와 관련해 이 교수는 “피의자 인권 보장은 수사의 주체가 검사냐 아니냐가 아니라 형사소송법 규정을 지키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수사 절차를 잘 지키면 된다”고 말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도 “세월호 참사는 해경 등 정부기관의 잘못이 수사 대상인데, 공적 역할을 한 사람들에 대한 수사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인권침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세월호 국민대책위가 만든 ‘4·16특별법안’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기소권을 모두 부여하도록 했다. 다만 법안에 ‘검찰총장에게 기소를 의뢰할 수 있다’고 해 기소권을 검찰에 넘길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여당 안은 유족·시민단체 등과 한참 거리가 있다. 새누리당은 진상조사위 활동과 별개로 기존에 논의되던 상설특별검사제를 도입해 수사를 맡기거나, 현직 검사 중에 특임검사를 지명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진상조사위가 사법경찰관을 채용해 해운법이나 선원법 등의 위반 사건을 조사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사권을 준다고 볼 수 있지만, 이 경우 특별검사처럼 검사와 동일한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서 진상조사위의 위상과 독립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수사·기소는 특검이 맡되 유족들이 추천하는 인사로 특검을 임명하거나, 진상조사위원 가운데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특검의 지위를 주는 방안 등도 국회 안팎에서 거론된다.

■ 수사권 없었던 과거사위 사례 유족과 야당이 수사권 부여를 고수하는 이유는 진상조사위와 비슷한 성격을 가졌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여러 과거사 관련 위원회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에서다. 당시 위원회 설립 과정에서 수사권 부여 필요성이 논의됐으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김영진 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관은 “경찰청 등 기관이 자료 제출 요청을 거부하면 강제로 볼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 국가정보원 직원들 중에는 고소하겠다고 협박한 사람도 있었다. 기무사는 비공식적으로 ‘인권침해다. 가만있지 않겠다’고 했다”며 “수사권이 있었다면 진술을 거부하거나 제대로 말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위원회에 부여한 동행명령권도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안경호 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은 비비케이(BBK) 특검법의 동행명령제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한 사례를 들며 “강제소환하려면 결국 법원의 영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성수 교수는 “예외적 임시기구에 수사권을 두는 게 일반적으로 바람직하지는 않다”면서도 “그동안 조사 대상 기관이 협조하지 않아 조사가 무력화된 사례가 너무 많아 궁여지책으로 수사권 부여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김선식 이유주현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