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與 충남지사 후보 "대통령 빼고 다 물러나라"                          노컷뉴스 | 입력 2014.05.31 06:45 | 수정 2014.05.31 09:48

[CBS노컷뉴스 정재훈 기자]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로 여권 내 위기감이 커지면서 김기춘 비서실장 퇴진을 비롯한 청와대와 내각 전면 개편에 대한 요구가 여당 내부에서도 터져나오고 있다.

'수첩 인사', '밀봉 인사'로 대변돼온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정면으로 거론하며 대통령 국정운영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사전투표로 사실상 6.4 지방선거가 시작되면서 친박계 여당 광역단체장 후보까지 개혁 요구 대열에 동참했다.



↑ 지난 4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재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윤성호기자

새누리당 정진석 충남지사 후보는 30일 김기춘 실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정 후보는 이날 성명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고 신뢰 회복의 선행조건은 책임질 사람들이 책임지고, 회개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며 "대통령을 빼고 국정운영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던 분들은 다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정부의 잘못으로 채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 영혼들이 차갑고 어두운 바다 속으로 스러져 갔다"며 "이 역사적 비극 앞에, 최소한 대통령 보좌라는 총체적 책임을 지고 있는 비서실장은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선거에 나선 후보가 처음으로 '김기춘 사퇴'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느끼는 민심의 이반 정도가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이미 여당 내부에서는 '김기춘 책임론'으로 대표되는 국정운영 쇄신 요구가 여기저기서 분출되고 있다. 그것도 방송을 통한 공개적인 형태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이자 인천시당위원장인 홍일표 의원은 30일 안대희 낙마와 관련해 김기춘 실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세월호 참사로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 담화까지 하면서 개혁작업의 첫 조치로 총리 인선을 했던 것인데 이것을 잘못 보좌해서 이렇게 결과가 나온 점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에도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성태 의원은 "청와대 인사검증라인에서 (책임론) 주장을 피해갈 수는 없다고 본다"며 "박 대통령이 국정쇄신 의지를 국민들 앞에 분명히 보여주기 위해서는 내각과 비서진의 전면개편이 그 첫걸음이 돼야 한다"며 전면적이고 철저한 인적쇄신을 요구했다.

경북도당위원장인 이철우 의원도 "총리 후보자가 사퇴할 정도가 됐으면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김 실장이 전혀 책임이 없다고 하는 게 잘못"이라며 "본인도 책임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서청원 공동선대위원장은 국회와 당 회의석상에서 여러 차례 내각총사퇴 등 당정청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환골탈태를 주문했고, 김무성 공동선대위원장도 24일 대구 지원유세에서 내각과 청와대 전면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과거 국가기관 선거개입 논란 등에서도 당청 관계 재정립 등에 대한 요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노골적이고 구체적이며 동시다발적인 경우는 없었다.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비극과 곧바로 이어진 선거 정국에서 여당이 체감하는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친박의 당 장악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 정의화 국회의장 등 당과 국회 요직은 줄줄이 비주류로 넘어갔고 지방선거 후보자도 비박계 일색이다.

한 여당 중진의원은 "이미 당청 관계 재편은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민심이 등을 돌린 상황에서 청와대를 그대로 두고서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수도권 의원은 "김기춘 실장은 청와대 책임론의 중심에 있다"면서 "안대희 총리 후보자 발표 당시 남재준 국정원장과 함께 김 실장을 경질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제 선거를 통해 민심이 확인되기까지 남은 기간은 나흘. 집권 16개월차를 맞은 박 대통령에게 중요한 분수령이 다고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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