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 긴급 기자회견... 특별법 합의 반발

14.08.07 21:29l최종 업데이트 14.08.07 21:29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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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합의한 특별법, 가족 두번 죽이는 일"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원내지도부의 세월호특별법 합의내용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가족대책위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상설특검법에 따라 특검을 하겠다는 합의는 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수사권과 기소권으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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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아래 가족대책위)가 7일 오전 여야가 합의한 특별법 합의 내용에 반대한다며 격렬히 반대했다. 특히 가족대책위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실망감을 내비쳤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는 이날 오후 7시 10분 국회 본청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유가족들은 기자회견문 낭독 전 억울하게 희생된 294명을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유족들의 표정은 어느 날보다 더 어두웠다.

"여야 특별법 합의, 어처구니가 없다"

김병권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어처구니가 없는 일(여야 특별법 합의)이 발생해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한 말씀하겠다"라며 "오늘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특별법에 대한 합의를 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분노했다.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기소권이 확보되지 않은 특별법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권이) 저희 유가족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그런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라며 "이거는 말이 안 되는 특별법입니다. 정말 억울합니다"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국회나 의원님들이 누구를 위해서 특별법을 만드는 것입니까, 저희 유가족들을 생각했다면 이런 식으로 특별법을 둘이 합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유경근 대변인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유 대변인은 "여야 합의 소식에 가족들은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며 "여야 대표가 합의한 내용은 가족과 국민의 요구를 명백하게 거부한 합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7·30 재보궐 선거 이후 세월호 국면을 노골적으로 탈출하려는 새누리당의 움직임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대변인은 또 "대통령이 임명하는 상설 특검법에 따라 특검을 하겠다는 합의는 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이럴 것이면 특별법을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 원내대표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오늘의 합의를 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라며 "다음주 교황 방한을 앞두고 애가 닳은 청와대를 위한 합의일 뿐 아니냐고 묻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독립적인 특검을 주장했던 박영선 대표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박영선 대표가 원내대표시절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위해 독립적 특검을 강력하게 주장했다"며 "손바닥 뒤집듯 가족과 국민에게 의견을 철저히 무시하고 여당과 합의한 것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경근 대변인은 지난 4일 중단한 단식을 다시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박영선 원내대표가 오셔셔 '단식 그만 하시는 게 좋지 않겠냐, 이제는 힘을 내서 싸우자'며 단식을 중단하라고 말했다"며 "야합을 하려고 그렇게 얘기했던 겁니까, 마음 편하게 둘이서 짝짜꿍 하려는 것입니까"라며 분노를 내비쳤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수사권·기소권 없는 특별법은 필요없다", "대입특례 개나 줘라, 특별법을 제정하라", "밀실야합 거짓 특별법 필요 없다, 진실한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기자회견을 마쳤다.

다음은 가족대책위가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가족의 요구 짓밟은 여야 합의에 반대한다

오늘 오후 뉴스로 전해진 여야 합의 소식에 가족들은 분노를 감출 수 없다.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내용은 가족과 국민의 요구를 명백하게 거부한 합의이기 때문이다. 7.30 재보선 이후 세월호 국면을 노골적으로 탈출하려는 새누리당의 움직임에 날개를 달아 준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낱낱이 밝히기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길게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 진실을 밝힐 이유가 사라지지 않는 한 수사권과 기소권이 필요한 이유 역시 사라지지 않는다. 검경 합동수사나 국정조사는 가족과 국민에게 진실을 보여주기는커녕 의혹만 더 확산시켜 왔다. 국정원이 세월호 증축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의심케 하는 문건이 발견됐는데 그냥 묻어버리려고 한다. 골든타임을 포함한 7시간 동안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는데 아무도 알려줄 수 없다고 한다. 4월 16일 이후로 아직까지 그날을 떠나지 못하는 우리 가족들더러 여기에서 멈추라는 말인가. 평생 그날의 참사 속에서 살라는 말인가.

대통령이 임명하는 상설특검법에 따라 특검을 하겠다는 합의는 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가족이 아무런 의견도 낼 수 없는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가 낸 후보 두 명 중 대통령이 한 명을 임명한다고 한다. 이런 특별검사에게 우리 아이들이 죽어가야 했던 진실을 내맡기라는 것인가. 그럴 것이었다면 특별법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검경과 국회 국정조사에만 진상 규명을 맡길 수 없는 이유는 그저 불신 때문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우리 아이들, 여러 희생자들에게 전할 이승의 편지는 우리 스스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야 원내대표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오늘의 합의를 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가족과 국민이 청원한 법률안을 읽어보기나 했는지 의심스럽다. 합의한 법안으로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약속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대통령이 약속했던 날도, 세월호 참사 100일이 되는 날도, 아무런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던 여야가 왜 오늘 이와 같은 합의를 했는가. 다음주 교황 방한을 앞두고 애가 닳은 청와대를 위한 합의일 뿐 아니냐고 묻지 않을 도리가 없다.

국정조사에서도 진상 규명을 회피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권한을 모두 내려놓은 법안을 특별법이라고 이름만 붙여 놓았던 새누리당이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였는가.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 정국을 벗어나기 위해 탈출할 궁리만 해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탈출하려는 새누리당을 뒤쫓아갔을 뿐임을 알고나 있는가! 

오늘 합의는 이러한 새누리당의 세월호 특별법 제정 국면 탈출 시도에 새정치민주연합이 들러리를 섰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정점엔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있다는 점에 가족들은 땅을 치고 있다.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원내대표 시절 성역없는 진상조사를 위해 독립적 특검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세월호 참사 가족들을 찾아와서도 이러한 특별법을 강조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손바닥 뒤집듯 가족과 국민에게 의견을 철저히 무시하고 여당과 합의한 것에 대해 가족들은 용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반대의 입장을 다시 한번 명확히 한다. 그리고 가족대책위와 국민에게 어떤 의견도 묻지 않고 이루어진 여야 원내대표끼리의 합의는 당신들만의 합의일 뿐임을 분명히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