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0.02 18:33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합의는 ‘미완의 합의’에 가깝다. 유족의 특별검사 추천 참여 여부를 ‘추후 논의’로 미뤘기 때문이다. 일단 국회를 가동하면서 민감한 쟁점은 시간을 두고 좀더 절충하자는 게 합의문 취지라고 할 수 있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일 유족의 추천 참여에 대해 “절대 안 되는 것이다. 물러설 수 없는 헌법적 가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서 추후 논의한다는 것은 결국 이번에는 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못박았다. 합의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합의 내용을 완벽하게 부정하는 발언이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합의문에 서명한 6명 가운데 한 명이다. 합의를 지킬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렇게 말할 수는 없다. 이러려면 처음부터 합의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 이행할 생각도 없는 내용을 합의하고 서명까지 했다면 국민을 눈가림으로 속이는 행위요, 유족 가슴에 두 번 못을 박는 것이다.


이날 새누리당 원내대표단은 합의를 잘했다며 의원총회에서 박수를 받았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에선 “우리 당이 졌다. 협상 패배를 인정한다”는 말이 나왔다. 박영선 원내대표도 사퇴했다. 분위기를 보면 여당은 승리의 축배를 들고 야당은 패배의 아픔을 곱씹는 모양새다. 세월호 특별법은 입법 그 자체가 목적일 수 없다. 새누리당이 벌써 종착지 부근에 도착한 것처럼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특별법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성역없는 조사’에 이르기 위한 징검다리 같은 거다. 기나긴 도정에서 이제 막 출발선을 떠났을 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월호 사건의 온전한 진실을 드러내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증거들은 차례로 사라질 테고 진실을 덮으려는 은폐 시도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서둘러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유족의 뜻을 반영한 특별법을 처리해야 하고 진상조사위도 빨리 띄워야 한다. 조사에 불응하면 형사처벌을 하고 자료제출을 함부로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조사위의 권한을 최대한 강화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어느 것 하나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난제들이다.


야당도 원내대표 사퇴에 따른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뒤처리를 잘해야 한다. 후임 원내대표직을 두고 볼썽사나운 모습을 드러낼 때가 아니다. 여당은 진실 규명에 뜻이 없다는 속내를 여러 차례 내보였다. 야당이 특별법 후속 처리에서도 오합지졸, 지리멸렬의 모습을 보인다면 세월호 특별법은 정말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법’이 되고 만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