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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5-05-17 18:53 

지난 4월 하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개정되면서 미-일 동맹은 최상급으로 강화되었다. ‘전수방위’만 해야 했던 일본이 해외출병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일부 언론은 한-미 동맹이 미-일 동맹에 뒤처졌다며 정부를 질타했다. 언론의 장단에 맞춰 국회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한목소리로 대미외교의 실패 책임을 지고 외교장관이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 일어난 것이다. 정치인들과 보수언론은 한-미 동맹은 태생부터 미-일 동맹과 다르다는 걸 몰랐단 말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6월 방미를 앞두고 다시금 한-미 동맹을 미-일 동맹과 같은 급으로 강화하라는 주문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최근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개발 초입 단계인 ‘수중 사출(射出)’ 사진 한 장을 공개하면서 그 시험이 성공했다고 선전하고 나섰기 때문에도 그런 요구는 다시 나올 것이다.

그러나 동맹국이라고 해서 다 동급이 아니다. 동맹의 한쪽이 상대방에게 어느 정도의 힘을 보탤 수 있느냐에 따라 동맹의 급이 결정되는 법이다. 그런 원리는 골목대장들의 병정놀이에서도 나타난다. 미국이 볼 때 일본은 한때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킬 만큼 저력과 독자성이 있는 국가다. 지금도 실질적으로 미국 다음의 2위 경제대국이고, 미국을 대신해서 군사적으로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힘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지난달 하순 방미한 아베를 미국이 그처럼 극진히 대접한 것이다.

한국은 애당초 미국으로부터 일본과 같은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국력이 다르고, 아직까지는 독자성도 약하기 때문이다. 일방적 군사지원을 해주는 관계로 시작해서 지정학적 가치 때문에 동맹국이 되기는 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일본만큼 큰 힘을 미국에 보탤 수 없다. 전작권을 돌려주겠다는데도 한사코 미국이 더 가지고 있으라는 국가가 한국 아닌가? 따라서 한-미 동맹이 미-일 동맹과 동급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세상물정을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 일이다.

혹시라도 미국의 판단착오로 한-미 동맹이 지금보다 강화되는 경우, 그건 동북아 국제질서 재편 과정에서 한국의 입지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미·일의 대중 압박이 노골화되면서 중국이 러시아와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해 5월 동중국해에서 합동해상훈련을 했고 올해에는 지중해에서 5월11일부터 21일까지 합동해상훈련을 할 정도로 중-러 군사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전승 70돌 기념식 참석차 모스크바에 간 시진핑은 푸틴에게 많은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미-일 동맹과 중-러 군사연합 사이에 군비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볼 때 동북아에서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각축을 벌이면 그 싸움터는 한반도였다. 청일전쟁이 그랬고 러일전쟁이 그랬다. 소련의 양해하에 북한의 남침으로 촉발된 6·25전쟁은 중공의 참전으로 결국 미-중 전쟁의 성격도 띠게 되었다.

미-일 동맹 강화와 중-러 군사연합 심화가 한반도에 전운을 몰고 올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한-미 동맹 강화가 아니다. 남북관계 개선이다. 북핵을 핑계대면서 사드(THAAD) 배치를 저울질할 것이 아니라 6자회담 재개를 서둘러야 한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동북아 군비경쟁을 격발하고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다. 한-중 경제관계를 해친다는 점에서도 백해무익한 것이다. 에스엘비엠 시험발사처럼 보이는 사진 한 장에 겁먹고 한-미 동맹 강화를 외치는 건 북한의 허장성세 전략에 휘말리는 어리석은 일이 될 수 있다.

정세현 평화협력원 이사장·전 통일부 장관
정세현 평화협력원 이사장·전 통일부 장관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미·일 대 중·러 갈등 대립이 계속되면 북한은 살아남기 위해 불가불 중·러와 손잡을 수밖에 없다. 북한이 중·러의 품으로 들어가면, 미국이 미-일 동맹의 연장선상에서 한국에 반중 통일전선의 한쪽 날개 역할을 요구할 때 그걸 거절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남북이 화해·협력을 심화시켜 나가면 남북한 모두 이런 곤혹스러운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는 것만큼은 막을 수 있다.
 

정세현 평화협력원 이사장·전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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