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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2015-08-13 18:32
헝님, 장준하 헝님! 어렵사리 붓을 들었는데 그나마 눈물이 앞을 가려 단 한 줄도 긁어지질 않습니다.

올 팔월로 우리가 일제를 깨트린 지도 벌써 70년, 헝님이 잔인무도하게 암살당한 지도 어느덧 40년. 대뜸 달려가야 할 터인데도 이렇게 엉덩이뼈가 부러져 병원에 누워 있으려니 자꾸만 헝님의 모습이 아른거려 내 헤픈 눈물이 더욱더 펑펑 쏟아만 집니다.

헝님, 저는 못난 아우라구요. 아니 헝님을 말할 자격도 없는 놈이라구요. 헝님의 뒷머리에 장도리로 들이갈긴 암살 흔적이 또렷이 드러났을 적입니다. 이것은 갈데없는 박정희의 암살 증거다. 이로써 자주통일운동을 압살하고 참된 민주화의 줄기를 파괴·말살하려는 반문명적 만행이 드러났다. 그 죄상을 세계사적으로 응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유신잔재의 뿌리를 사그리 뽑아 팡개치는 결정적 계기를 삼았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헝님의 아우라는 이 백기완이는 아무것도 못하고 도리어 그 딸이 큰소리치는 세상이 되었으니…, 제가 무슨 낯짝으로 추도사 어쩌고 하고 나발댄단 말입니까. 그저 눈물만 납니다.

헝님, 장준하 헝님, 헝님이 그 악독한 것들한테 목숨을 빼앗기고 나서 제가 여섯 달 동안 내리 울고 또 운 것을 아시는지요. 그래서 저의 뉘우침이란 그저 눈물입니다. 그래도 저는 하나도 부끄럽질 않습니다.

1965년이었을 겁니다. 일본의 재침략 음모(한일협정)를 까부신다고 한강 광나루 한복판에 됫마를 띄워놓고 일을 할 적입니다. 어느 날 달은 뜨고 마음이 설레어 ‘두만강’ 노래를 부르자 헝님이 가로막으며 “그따위 노래나 갖고 왜놈제국주의 재침략을 쳐부수겠어” 그러면서 독립군 노래를 부르셨지요. “요동반도 넓은 뜰을 쳐서 파하고(…)”

저는 너무나 뭉클해 처음으로 “헝님” 그러자 헝님은 “좋다, 이제부터 우리 언애(형제)는 참된 민주화와 통일을 이룰 때까지 목숨을 거는 거다 알겠어” 그러셨지요. 제가 “좋다” 그러면 헝님은 “통일이 된 뒤엔 무엇을 할 거요” 그러자 서슴없이 “백두산에 쪼매난 움집을 하나 지어놓고 지난날 통일을 위해 우리들은 어떻게 싸웠는가를 알리는 이야기꾼이 되겠다”고 하셨습니다. 이에 제가 “아니 헝님, 그건 저의 한살매(일생) 소원인데요” 그러자 “그럼 됐다, 우리 둘이 모두 이야기꾼이 되자”고 해서 그날 밤 하늘의 별들이 아그그 강물 속으로 곤두박힐 만치 우리 형제가 크게 취했었지요.

하지만 헝님!

이제는 그때 못지않게 박근혜 정권의 독선, 거짓과 부정이 입때까지 일구어온 피눈물의 통일의 길, 민주화의 텃밭을 샅샅이 뒤집어엎고 있습니다. 숨을 쉴 수가 없고, 앞을 보고 걸어갈 수조차 없습니다. 이것은 분명 문명의 빛까지 죽이는 독재입니다. 아니 인류 문화를 산 채로 찢어발기는 폭거, 만행, 범죄, 부패, 위선의 극악입니다.

하지만 헝님! 걱정 마세요.

유신잔재가 제아무리 역사의 진보와 그 텃밭을 제멋대로 갈아엎고 사람과 사람, 노동자와 노동자, 참과 거짓을 마구잡이로 뒤범벅을 만들고 있지만, 그리하여 분열과 배신, 타락과 절망의 수렁으로 몰고 가고 있지만, 헝님의 얼에선 불꽃이 일고 있습니다. 짓밟힐수록 불꽃이 이는 ‘서돌’ 말입니다. 그것을 따라 이 못난 아우 백기완이도 끝까지 앞장을 설 터이오니, 헝님! 언젠가 끌려갔을 적에 단돈 180원밖에 없었던 그 돈으로 너무 길게 나들이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질 마시고 다시 돌아와 앞장을 스셔야 하질 않겠어요.

헝님이 말씀하셨잖아요. “인류의 적 제국주의와 싸우는 투사, 역사발전에 앞장선 투사는 결코 쓰러지질 않는다. 저만치 앞서갈 뿐이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아, 우리들의 영원한 헝님 장준하 헝님, 정말 보고 싶습니다 헝…님….

2015년 8월12일 녹색병원 병실에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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