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1.01 21:47수정 : 2014.11.01 23:24

세월호 참사 발생 200일과 정치권의 세월호 특별법 최종 합의 이튿날인 1일 저녁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200일 범국민 추모대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유가족·시민 1만명 청계광장서 범국민추모대회
“특별법 합의, 미흡하지만 진상규명 첫발” 평가
오후 1시 안산 분향소서 600여명 ‘가족 추모식’

“잊지 않을게.”

“끝까지 밝혀줄게.”


무대 위 사회자가 먼저 외쳤다. 한 손엔 노란 팔찌와 노란 리본 목걸이를, 다른 손엔 촛불을 든 집회 참석자들이 따라 외쳤다.


세월호 참사 200일째인 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범국민추모대회가 열렸다. 유가족 300여명을 포함해 주최측 추산 1만여명(경찰 추산 3500명)이 참석한 이날 집회는 시민들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들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특별법 제정 이후에도 진상규명 촉구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약속과 다짐’의 자리였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개회사에서 “아직도 9명이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진정한 추모는 있을 수 없다”면서도 “그렇지만 오늘 이렇게 모인 마음은 안전한 사회 건설을 위해 다 같이 손잡고 끝까지 함께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도 국민 여러분들의 손을 놓지 않을테니 여러분도 저희들의 손을 놓치 말아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세월호 참사 발생 200일과 정치권의 세월호 특별법 최종 합의 이튿날인 1일 저녁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200일 범국민 추모대회’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촛불을 들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박래군 국민대책위 공동운영위원장은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정치가 실종된 시대에 희생된 아이들 엄마·아빠들이 만들어낸 특별법이다. 미흡하지만 첫발을 뗐으니 진상규명·책임자 처벌·안전사회 건설을 향해 나아가자”고 했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싶어요” “세월호 진상규명” “끝까지 밝혀줄게”라고 씌여진 노란 풍선과 손팻말을 흔들며 화답했다.


세월호 참사 대구·광주·부산·전북·대전·천안·안산 대책위 대표들과 고 김동혁 군의 어머니 김성실씨 등 8명이 함께 무대에 올라 “진실과 안전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이 길을 끝까지 함께 가겠다”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집회에 참석한 주부 정은희(50)씨는 “200일 동안 달라진 게 없다고 느낀다. 유가족들 외에는 움직이는 이들이 없지 않나.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다시는 이런 억울한 죽음이 없는 사회로 탈바꿈해야한다”고 했다. 아빠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안주희(16)양은 “불안한 사회가 하루빨리 안전한 사회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은 행사를 마치고 청계광장에서 종로와 을지로를 거쳐 서울광장으로 행진했다.


세월호 참사 발생 200일과 정치권의 세월호 특별법 최종 합의 이튿날인 1일 저녁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200일 범국민 추모대회’가 열려 한 참가자가 울먹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앞서 오후 1시에는 경기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 내 정부 공식합동분향소에서 유족과 시민 6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세월호 참사 200일 가족 추모식’이 열렸다. 이들은 추모식을 시작하며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을 하는 순간부터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고 김동혁 군의 어머니 김성실씨는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며 “이 세상 어디에서도 너희들을 만져볼 수도 없으니 정말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구나”라며 흐느꼈다. 김씨가 “진실에 조금만 더 가까이 가서 너희들을 기억하고 싶다고 호소를 하며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을 하고 무릎을 꿇어도 이 잔인한 세상은 아직도 그대로구나. 우리는 진실이 드러나는 그날까지 전진할테니 너희들은 꿈에라도 찾아와서 너희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다”며 편지를 읽어나가는 동안 곳곳에서 유족들과 시민들은 주먹으로 눈물을 훔쳤다.


1일 경기도 안산 합동분향소 앞에서 고 유예은양의 어머니 박은희씨의 사회로 ‘세월호 참사 200일 가족 추모식’이 열렸다. 사진 왼쪽에는 고 황지현양의 영정을 싣고 온 차량이 멈춰서 있다. 김규남 기자

이어 생존학생 최아무개 양이 ‘친구 부모님들께 드리는 글’을 낭독했다. 최양은 “대학생이 되고 직장을 다니면서도 친구들과 함께 나눴던 추억들과 수많은 약속들 잊지 않고 친구들 몫까지 다하며 살아가겠습니다”며 내내 눈물을 흘리며 편지를 읽었다.


추모식 중간에는 지난달 28일 세월호 희생자 가운데 295번째로 수습된 고 황지현(17) 양의 영정이 도착해, 유족들과 시민들이 기립해 황양의 넋을 기리는 가운데 합동분향소에 안치됐다.


선배들의 추모식에 참석한 단원고 1학년 임아무개군은 “선배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만 빨리 밝혀지면 좋겠다”며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대구에서 16명의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김태우(38)씨는 “세월호 참사 일어난 지 200일,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잊지 않아야될 것 같아서 이 자리에 오게됐다”고 했다. 김규남 최우리 기자 3strings@hani.co.kr